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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잇플, 작은 바람이 모여 큰 꿈을 만들다

2020-08-16 09:37:26 2,136


 

서울서초구FC잇플은 2020 K5리그 서울특별시 권역에 참가 중인 생활축구팀이다. K7리그부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온 그들은 더 높고 먼 곳을 내다보고 있다.


계단을 오르다

FC잇플은 김주윤 단장과 박준홍 코치를 비롯한 뉴질랜드, 호주 등지의 유학생들이 뜻을 모아 2016년 창단한 팀이다. 유학 시절 즐기던 축구를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하기 위해, 순수 생활축구인들로만 이뤄진 팀을 만들었다. 김주윤 단장은 “처음에는 친구들과 알음알음 모여 축구하던 팀이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출범한 K7리그(당시 Division-7 시군구리그)에 참가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린 후 FC잇플은 조금씩 변화했다. 전력 강화를 위해 엘리트 축구를 했던 선수들을 영입하며 선수층을 점차 두텁게 만들었다. 노력에 힘입어 FC잇플은 2017년 K7리그에서 권역 1위를 차지해 K6리그로 승격했고, 2018년 K6리그에서는 권역 2위로 승격 티켓을 얻었다.

 

창단 초기부터 함께 하고 있는 김영식 감독은 “K7리그는 출범 첫 해였다 보니 갖춰진 팀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수월하게 치렀는데, 해가 지날수록 점점 참가팀들의 전력이 탄탄해지는 것 같다. K5리그도 지난해와 올해가 다르다. 지난해에는 잘하는 팀과 못하는 팀의 차이가 컸는데 올해는 전반적으로 전력이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19 K5리그 서울특별시 권역에서 2위를 차지했던 FC잇플의 올해 목표는 1위에 올라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것이다.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FC잇플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팀은 지난해 1위 팀인 서울관악구벽산플레이어스FC다. 벽산은 2년 전 K6리그에서부터 늘 FC잇플의 앞을 가로막았던 강팀이다.

 

김영식 감독은 벽산과의 경쟁에 대해 “올해는 우리도 선수 보강을 잘했기 때문에 벽산과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준홍 코치 역시 “벽산은 선수층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는 밀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의지는 우리가 더 강할 것이다. 팀원들과 ‘적어도 벽산만은 잡자’면서 뜻을 모으고 있다”며 웃었다.

 

FC잇플과 벽산의 맞대결은 당초 8월 1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아쉽게도 현재 2020 K5리그 서울특별시 권역은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세로 인해 1라운드만을 치른 채 중단된 상황이다. 김영식 감독은 “리그가 계속 미뤄지면서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가 있을 때는 꾸준히 훈련과 미팅을 반복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하루빨리 리그가 재개되기를 바랐다.



 

꿈을 그리다

FC잇플이 엘리트 축구선수 영입을 이어가는 이유는 단순히 전력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김주윤 단장은 “축구를 하다가 예상치 못한 일로 축구를 그만두게 되거나 상위리그로의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를 열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선수 중개 업무를 겸하고 있는 그는 유학 시절 쌓은 경험과 인맥을 살려 해외 축구 관계자들과 선수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FC잇플에서 뛰던 선수가 호주 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FC잇플은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의 한국 진출을 돕기도 한다. FC잇플에는 미국, 중국, 가나 등지에서 온 외국인 선수들이 소속돼 있다. 김주윤 단장은 “태국에서 선수 활동을 했던 팀원이 같이 뛰던 선수를 소개해 줘 인연이 닿았다. 그냥 우연히 경기를 보고 팀에 들어오고 싶다고 연락해온 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트 축구선수 출신인 김영식 감독은 의도치 않게 축구를 그만둔 선수들의 아픔에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다. 그는 호남대에서 엘리트 축구선수 생활을 했고, 이후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부상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친구들이 다시 선수로서 기회를 얻는 창구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축구를 계속 하고 싶지만 기회가 없거나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 FC잇플이 그런 발판을 마련하는 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식 감독은 선수로서 경기장을 누비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선수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학창시절 효창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곤 했는데 같은 장소에서 심판과 관중이 있는 경기를 하게 되니 무척 벅차고 설렜다. 다른 엘리트 출신 팀원들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K5리그 경기를 뛰면서 다시 선수가 된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K5리그 참가는 그 자체로 선수로서의 긍지와 희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즐거움을 나누다

창단 5년차인 FC잇플은 나름의 목표와 사명을 갖고 그들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승격과 강등이라는 냉정한 경쟁의 세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특색 있는 팀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김주윤 단장은 “물론 좋은 성적이 나야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더 많은 선수들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즐겁게 축구하고 싶다. 좋은 팀원들과 함께 좋은 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팀 운영 철학을 피력했다.

 

팀원들은 FC잇플의 강점이 좋은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박준홍 코치는 “팀원 모두가 친하고 분위기가 좋다. 선수가 많은 다른 강팀들은 내부경쟁이 치열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경쟁보다 같이 해보자는 마음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영식 감독도 “같이 어울리는 게 즐거운 팀이다. 화합이 정말 잘되는 팀”이라며 FC잇플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바닥부터 차근차근 기틀을 다져온 FC잇플은 어느새 안팎으로 탄탄한 팀이 됐다. 시작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이뤄졌지만 K7, K6, K5리그를 거치며 경기에 임하는 마음과 팀에 대한 애정 모두 깊어졌다. 즐겁게 어울리며 운동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승리를 통해 팀과 팀원을 알리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김영식 감독은 “K5리그에서는 매 경기가 소중하다. 매 경기 긴장감을 놓지 않고 준비한다”면서 “어서 리그가 재개돼서 경기에서 승리하는 기쁨을 팀원들과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8월호 'LOCAL CLUB EPISOD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ONSIDE 8월호 보기(클릭)
 

글=권태정

사진=FC잇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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