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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패했어도 괜찮아’...광주서구효창FC가 웃는 이유

2020-07-10 08:35:32 2,303


 

아마추어 팀들에게 FA컵은 ‘꿈의 무대’다. K5리그에서 뛰고 있는 광주서구효창FC(이하 효창FC)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대패하기는 했지만, 이들에게는 FA컵에서의 1분 1초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광주광역시 서구를 연고로 하는 효창FC는 1997년에 창단해 올해로 만 23년째를 맞이한 생활축구팀이다. K7리그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K5리그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K5 광주·전남 권역리그에서는 여섯 경기에서 5승 1무 무패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그 해 11월 대전에서 열린 K5리그 챔피언십에도 권역 대표로 참가하는 등 생활축구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뽐내왔다.

 

올해는 창단 후 처음으로 FA컵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1라운드(5월 9일)에서 같은 K5리그 소속 팀인 동울산FC를 5-2로 꺾은 효창FC는 2라운드(6월 6일)에서 K리그2 소속의 수원FC를 상대했다. 흔치 않은 프로팀과의 공식 맞대결을 앞두고 효창FC는 나름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이들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효창FC 채완지 감독


FA컵에서 맛본 쓰라린 대패

효창FC는 수원FC와의 경기에서 0-10이라는 큰 점수 차로 패배했다. 전반전은 상대에 세 골을 내줬지만 후반전에 체력 저하가 오면서 순식간에 일곱 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결과보다는 내용 면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한 골이라도 넣고 오는 게 이들이 잡은 목표였지만 현실에서의 격차는 생각보다 꽤 컸다.

 

“FA컵을 앞두고 의무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주축 선수 중 일부가 회사 출장으로 검사를 받지 못했고 결국 FA컵에도 참가하지 못했어요. 십여 명의 선수만 데리고 경기 당일에 버스로 광주에서 수원까지 올라가 경기를 치렀죠. 교체 선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상대가 계속 강하게 나오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전반전에는 비교적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후반전에 들어서니 체력이 순식간에 떨어져서 대량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 강태구 구단주

 

대패의 충격은 꽤 오래 갔다. 실망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효창FC의 구성원들은 이 때의 쓰라린 기억이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시 팀을 재정비해 뛰어야 하는 동기부여가 생긴 셈이다. 

 

“수원FC에 있는 송수영과 친한 사이예요. FA컵 맞대결 하루 전에 서로 통화했죠. (송)수영이가 저희 팀에 대해 이것저것 묻더니 ‘쉽지 않겠네’이러더라고요. 그저 웃었어요. 현역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저희는 그저 좋은 추억을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0-10 대패라는 결과가 나왔어요(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결과에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아, 이거 쉽지 않구나’라고 느꼈어요.”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운동도 더 많이 해야 하고요. 제가 엘리트 선수 출신인데, 그 날 경기 이후 마치 예전 선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잠시 잊었던 승부욕이라는 게 다시 생기더라고요. 우리 팀에는 분명 약이 된 것 같습니다.” - 이상 채완지 감독

 

“FA컵에서 수원FC와 맞대결이 결정됐을 때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더라고요. 수원종합운동장에 가서 몸을 풀 때부터 말로 설명하기 힘든 희열이 느껴졌습니다. 경기 중에는 같이 뛴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비록 대패했지만 90분이 참 행복했어요.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고요.” - 국승은



강태구 구단주(31번)는 평일엔 주유소 사장, 주말엔 축구선수로 생활 중이다.
 

주유소 사장의 못 말리는 축구사랑

효창FC는 강태구 구단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광주대 출신의 엘리트 축구 경력자들이다. 현재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효창주유소를 운영 중인 강태구 구단주는 과거 대학 시절 축구 동아리 활동을 하며 키워온 축구에 대한 애정을 효창FC 창단으로 이어갔다.


“1997년에 팀을 창단했어요.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 축구 동아리에서 꾸준히 활동했고, 그 때부터 축구를 좋아하기 시작해 결국 고향에 내려와 효창FC라는 팀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현재 저희 팀은 30명이 조금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20대와 30대 초반이에요. 물론 30대 후반과 40대도 있죠. 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엘리트 출신이고요. 저는 1972년생(만 48세)이지만 나름대로 철저한 체력관리를 해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고, 주장도 맡고 있습니다.” - 강태구 구단주


축구가 너무 좋아 팀까지 만들고, 중년임에도 불구하고 몸 관리를 철저히 해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열정맨’ 강태구 구단주는 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온전히 사비로 부담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축구를 향한 애정이 더 크기에 가능한 일이다.


“1년에 수천만 원은 들어가는 것 같아요. 회원들에게 유니폼을 포함한 장비도 지원해야 하고, 운동 끝나고 나면 밥도 사줘야 하죠. 타지에서 오는 친구들도 있어 이동 경비도 조금씩 지원해주고 있어요. 물론 저희 와이프가 뭐라고 합니다(웃음). 그래도 축구를 통해 제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니 돈은 들어도 저에게는 분명 큰 이득입니다.” - 강태구 구단주


구단주의 열정에 회원들도 굳은 믿음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팀 분위기는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다. 광주대를 거쳐 중국과 태국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채완지 감독은 3년 전 친구의 소개로 효창FC에 합류했고, 1년 전부터 감독 겸 선수로 뛰고 있다.


“이 때까지 축구를 하면서 많은 축구인들을 만났지만 강태구 구단주님만큼 열정적인 분은 못 만났던 것 같아요. 처음 효창FC에 들어왔을 때는 친구 따라서 가볍게 스트레스를 풀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제가 감독, 선수뿐만 아니라 스카우트도 맡고 있습니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저희는 일주일에 한 번 평일 야간에 모여서 운동하고, 주말에 디비전리그를 뛰고 있습니다. 항상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채완지 감독


광주대와 강릉시청축구단, 춘천시민축구단에서 뛰었던 국승은도 팀 분위기가 재미있고 열정이 넘친다고 전했다. 국승은은 채완지 감독의 소개로 2019년 초부터 효창FC의 일원으로 뛰고 있다.

 

“팀에 대학교(광주대)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운동하면 재미있어요. 오랫동안 봐왔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만나면 좋고 재미있고 스트레스도 풀리죠. 거의 다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화기애애합니다.” - 국승은


효창FC 국승은

우리의 도전은 계속된다

조기축구회로 시작해 K5리그까지 올라온 효창FC는 비록 올해 FA컵에서 쓰라린 대패를 맛봤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K5리그의 권역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물론 내년 FA컵 출전을 향한 욕심도 버리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광주 권역의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대회에 나가면 일방적인 경기를 했어요. 하지만 올해는 저희 말고도 광주 권역의 다른 팀들이 선수 영입을 꽤 잘했더라고요. 그래서 K5리그에 나가면 매 경기 대등하고 재미있는 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무패로 K5리그를 마쳤는데 올해는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해요. 엘리트 선수 시절에 느꼈던 승부욕을 다시 느끼고 있죠.”


“저희들의 목표는 K5리그를 넘어서 K4리그까지 올라가는 겁니다. 지금은 이렇다 할 게 없지만 앞으로 팀이 똘똘 뭉쳐서 K5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좋은 스폰서와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겠죠? 착실히 준비해 K4리그까지 승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이상 채완지 감독


“저희 팀에 실력이 괜찮은 선수들이 꽤 많이 있어요. 경기에 나가면 재미있죠. 앞으로도 경기에 나가서 많이 이기고 싶어요. FA컵도 나갈 수 있으면 꼭 나가고 싶고요. 저는 지금 K5리그에 있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상위리그 팀 선수들과 많이 부딪혀보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저희의 목표입니다.” - 국승은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7월호 'LOCAL CLUB EPISOD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ONSIDE 7월호 보기(클릭)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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