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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조노' “한국' 파워를 가진 견고한 축구”②

2008-06-04 00:00:00 6,460

2004년 인천에서 뛸 당시의 마에조노 ⓒKFA



- K-리그에서 뛰던 당시 특별히 사이가 좋았던 선수가 있나요.

최태욱은 2년 동안 같은 팀에서 뛰었기 때문에 사이가 좋았죠. J리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실제로 나중에 (최)태욱이 J리그에 진출하기도 했고요. 포항으로 다시 이적한 뒤에도 TV 취재를 통해 재회하기도 했으니까요.

- 한국어는 어느 정도 실력인지.

전혀 공부를 안 했어요.(웃음)

- 그러면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요?

더듬거리는 영어와 짧은 단어의 한국어' 그리고 일본어를 섞어서 썼어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정말 다들 제법 일본어를 하는 것 같아요. 훈련이 힘들어지거나 지쳐갈 때쯤이면 제가 무심코 “아' 무리야”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그러면 코치로부터 바로 불호령이 떨어져요. 한국어랑 일본어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도 많고' ‘무리’도 같은 뜻이잖아요. 엄청나게 훈련이 힘들 때면 ‘정말 무리야”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그러면 늘 혼나곤 했었죠.(웃음)

- 젊은 선수들의 경우에 당신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부탁하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깨끗한 축구’라고 하면 표현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의 경우 테크닉이 강하고' 매우 섬세한 축구를 하는 스타일이잖아요. 젊은 선수들은 그런 부분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한국축구는 많이 달리지 않으면 안 되고' 그것이 기초가 되는 부분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에는 일본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선수가 제법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한국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분명히 한국와 일본은 여러 가지로 문화도 다르고 한 면이 있습니다만.

한국요리를 정말로 좋아해요. 정말 뭐든지 잘 먹거든요.
서울에 정말 잘 갔던 ‘닭한마리’라는 식당이 있어요. 꽁치 같은 것을 막 굽고 있고' 얼핏 보면 정말 허름한 가게인데요' 작년에 제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을 데리고 한국에 원정 왔을 때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저를 기억해 주고 계셔서 많이 기뻤죠.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라는 작품이 제일 인상에 남고' 당시 이병헌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올인’도 재미있게 봤었죠. 한국은 시청자의 의견에 따라서 드라마의 결말이 바뀐다든지 한다면서요? 그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어요.(웃음)




인천 시절의 마에조노 ⓒKFA



- 일상생활에서 놀랐던 부분은 없었나요. 또 특별히 기억에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면.

운전이 무척 난폭해요. 마구 끼어들어서 앞질러 가잖아요. 양보하고 있으면 정말 점점' 점점 앞지르기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도 서울 시내의 길은 대부분 기억하고 있고 그립기도 해요. 휴일에는 대부분 인천에서 서울로 나와서 시간을 보냈고' 강남 등은 자주 갔었죠. 밥 먹고' 쇼핑하고' 카페 같은 곳에도 자주 갔었어요.

- 여전히 K-리그 소식들은 챙겨보는 편인가요.

인터넷 등을 통해서 체크하는 편이에요. 가끔은 누가 어느 팀으로 옮겼다는 소식들도 확인하고요. K-리그는 꽤 선수들의 이동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있었던 당시의 선수들 중에는 벌써 은퇴를 한 선수들도 있고요. 작년에는 인천의 부단장님을 만나 뵙기도 했었는데 향후 계획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축구교실 아이들을 데리고 언제라도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시합을 하자는 말씀도 해 주시고요.

- K-리그 뿐만 아니라 해외의 여러 리그를 경험한 것들에 비추어서 K-리그에 어떤 조언을 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역시 클럽의 운영방법이나 마케팅을 공부하고' 또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K-리그에서 활약하면서 유감스러웠던 점은 J리그와 비교하면 팬이나 서포터가 적었던 것이에요. 월드컵을 개최한 뒤에 훌륭한 경기장들도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는데 클럽들이 이왕이면 팬들을 더욱 뿌리내리게 하는 활동에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기본이 되는 것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질 높은 플레이를 보여주어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것이겠지만' 클럽의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면 K-리그는 더욱 좋은 리그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승강제도네요. K-리그에는 아직도 승강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데 이 제도가 실현됨으로써 선수들의 의식도 바뀌어 가지 않을까요? 위기감이 없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만 해도 분명히 매너리즘에 빠져버리는 경험들을 했던 적이 있으니까요. 당장 실현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K-리그 전체가 승강제를 생각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그러고 보면 일본팬들에게는 ‘K-리그는 거칠고' 엄격하다’는 이미지가 확실히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마에조노 선수가 보기에도 그런가요?

작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성남과 우라와의 시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확실히 ‘한국은 강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파워를 가진 견고한 축구를 구사하는 것 같아요. 성남만 해도 당시 우라와를 상대로 상당히 수준 높은 플레이를 펼쳤고' 어웨이에서 그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일본팬들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죠.

- 하지만 한국에서는 최근 ‘스트라이커 부재’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요.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일찍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격수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단순히 올림픽대표나 국가대표를 거쳤다고 해서 좋은 공격수로 성장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더욱이 프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라고 해도 거기에 안주해 버리면 더욱 성장할 수 없겠죠. 클럽 역시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우리가 최대한 보호한다’가 아니라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더더욱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은 선수라면 어쨌든 해외의 리그를 경험해 보는 것이 좋아요. 가까운 리그에서도 좋고' 유럽 등 밖으로 내보내서 경험을 얻게 하는 거죠. 공격수를 육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세워져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한국이나 모두 재능 있는 선수들은 더 큰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선수들 본인도 젊은 시기에' 망설이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위해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2살의 나이에 벌써 세계의 톱에 있잖아요. 언제까지이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라고 하는 것은 좋지 않죠.




96 아틀랜타올림픽에서 브라질을 꺾을 당시의 마에조노. 옆에 나카타의 모습도 보인다. ⓒGettyImages/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



- 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보여준 마에조노 선수의 활약은 역시 지금까지도 인상에 남아있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올해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역시 올림픽 무대라는 것은 의미가 다른가요?

세계를 무대로 하는 대회이고' 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회 중 하나죠. 어떤 의미에서 ‘연령제한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고' 그 무대를 밟음으로써 앞으로의 축구인생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아시아에서 대회가 치뤄지는 만큼 또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이번 올림픽에는 일본' 한국 모두 참가하고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최선을 다 해서'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열심히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합니다. 있는 힘껏 세계의 수준을 체험하는 거죠' 동세대의 선수들과 자신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말입니다. 설령 팀이 다음 무대로 진출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런 무대를 실제로 경험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 어찌 보면 지금 ‘제 2의 축구인생’을 살고 있는데요' 장기적으로는 어떤 형태로 축구에 기여하고 싶은지.

지도자로서의 길은 아직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은퇴 후에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던 도중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에는 꼭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ZONO 축구교실』을 열었던 것이고' 지금은 이것이 오히려 제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어요.

한 팀을 이끌거나' 한 팀의 일원이 되어있을 경우 승부에 연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죠. 그렇게 생각해 보면 기본 기량이나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것은 초등학교 때 나이의 선수들일 거에요. 그 아이들에게 다른 것은 몰라도 기술적인 측면 만큼은 확실히 배울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어요. 기술이나 볼을 다루는 감각' 패싱 능력 등은 기본적으로 어린 시절에 가장 성장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 끝으로 앞으로 한일축구 교류를 위해 전하고 싶은 바람들이 있다면요. 이야기를 부탁 드립니다.

K-리그와 J리그 사이를 더 많은 선수들이' 더 활발하게 이동하고 또 교류했으면 좋겠네요. 8월에 개최되는 올스타전도 있습니다만' 컵 대회라든지 여러 가지 계기를 만들어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K-리그는 아직 일본의 팬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면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오히려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또 서로에게서 배워나갈 수 있는 부분도 그만큼 늘어나지 않을까요.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 축구의 성장을 주도해 왔고' 앞으로도 좋은 파트너이자 라이벌로 존재해 가야 하는 상대인 것 같아요.


인터뷰=신무광/김명욱' 번역=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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