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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조노' “한국에서 일본과는 다른 축구 경험했다”①

2008-06-03 00:00:00 8,920

오랜만에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한 마에조노 ⓒPitch.co.jp



일본 국가대표 출신으로 역사상 유례없는 K-리그 진출을 이뤄냈던 마에조노 마사키요(35). 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맹활약하며 일본 대표팀의 ‘의지할 만한 에이스’로 성장한 마에조노는 한국에서도 그 존재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전성기 시절 날카로운 드리블과 득점 감각으로 한국 대표팀에게는 경계대상 1호인 ‘요주의 인물’이었다. 또 2003년부터 2004년에 걸쳐서는 일본 대표선수로는 최초로 K-리그에 진출해 큰 화제를 모았었다. 그리고 2008년 6월' 마에조노가 오랜만에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전해왔다.

한국축구와 K-리그에 대한 추억' 개막을 100일여 앞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기대' 한일축구의 폭넓은 교류를 위한 제언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뜨거운 심장’을 가진 축구선수로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 놓았다. 마에조노는 한국에서는 올림픽 대표팀의 홍명보 코치가 출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나카타 히데토시 주최의 『 1 FOOTBALL MATCH』 자선경기 출전도 앞두고 있다.


- 2005년에 현역에서 은퇴한 후에는 현재 텔레비전 해설자나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보면 여러 시합에도 출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올라오는데 6월 7일 『 1 FOOTBALL MATCH』자선경기 출전이 예정되어 있더군요. 몸 상태는 어떤지요.

여전히 평소에도 체력 훈련은 진행하고 있어요. 다만 이번처럼 큰 시합이 기다리고 있을 경우에는 좀 더 특별히 신경 쓰는 편이죠. 전혀 준비하지 않고 경기에 나서도 안 되고' 또 생각한 대로 플레이가 되지 않으면 재미없으니까요. 이왕에 경기에 나서는 건데 가능하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에 히데(나카타 히데토시)가 주최하는 경기를 위해서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 그러고 보니 벌써 K-리그에서 활약했던 시기도 한참 전이네요. 당시 2004년까지 한국 무대에서 뛰었습니다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일본과는 다른 축구를 경험할 수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브라질이나 유럽 리그에서 뛴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해외생활’ 자체가 처음인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역시 한국축구도 일본과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연습의 내용이나' 시합을 준비하는 과정' 오픈 시즌을 보내는 방법 등 많은 것이 일본과는 전혀 달랐어요. 처음 1년은 정말 대단했죠.




2003년 안양에서 K-리그 생활을 시작한 마에조노 ⓒKFA



- 1년 차에는 안양(현 FC 서울)' 2년 차 되던 해에는 신생팀인 인천에서 플레이 했었죠.

네. 당시 안양의 감독이셨던 조광래 감독님은 정말로 “하면 된다”는 타입의 지도자였어요. 지도 방식도 매우 엄격하셨기 때문에 “이건 좀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선수가 성장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죠. 그런 스파르타식 지도가 분명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고생은 엄청나지만요.(쓴웃음)

2년째에는 제 자신이 K-리그에 익숙해진 부분도 있었고 또 당시 인천의 장외룡 감독이 원래 일본에서 코치 생활을 하셨던 분이었기 때문에 훨씬 쉽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장외룡 감독은 89년부터 96년까지는 도스 퓨처즈에서 코치 생활을 하셨었고' 2000년에 베르디 가와사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콘사도르 삿포로에 계셨었으니까요. 일본의 축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도 방법도 확실했던 기억이 납니다.

- 당시 K-리그에서 플레이 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역시 선수와 감독의 상하관계가 분명했다는 점이 그 하나네요.
당시 K-리그에서 뛰던 2년 간 한국에서 선수가 감독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생각을 제시하는 모습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그저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에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정도였어요. “이 플레이는 어떻습니까”라든지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떨까요”하는 대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상하관계라는 것이 정말로 뿌리 깊다고 생각했죠.

- 확실히 한국선수가 J리그에 진출해서 놀라는 부분 중의 하나가 ‘선수가 감독에게 자기 주장을 하는 것' 감독이 선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풍토’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제가 활약했던 2년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물론 그것이 좋게 작용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은 그렇게 견고한 상하관계가 없어서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어떤 일이든 ‘발란스’라고 생각해요. 엄격한 상하관계가 너무 강해서 선수들의 개성이나 가능성 자체를 살려주지 못한다면 얻는 것은 고사하고 토대가 약해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부분을 잘 해결한다면 한국축구는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2003년 안양의 라인업. 왼쪽 아래가 마에조노 ⓒKFA



- 어떻게 보면 마에노조 선수도 K-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였던 셈인데요' ‘용병’으로서 한국 생활의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J리그의 경우 브라질 선수에게는 포르투갈어나 영어가 되는 전문통역이 한 명씩 배정된다든지 하는 부분이 있지만 K-리그는 당시 그런 것들은 기대하기 힘들었어요. 식사라든지 정말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 김치' 찌개 같은 한국요리만 계속 먹어야 했겠네요.

사실 저는 한국요리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문제가 있지는 않았거든요.
한국의 경우 일본과 비슷한 면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음식 때문에 극단적으로 고생했다고 할 수는 없죠. 단지 정말 아침부터 김치찌개' 된장찌개' 순두부는 견디기 힘들었어요.(웃음)

저야 특별히 싫어하지 않았으니까 먹을 수 있었지만 매일' 매일 같은 식사라면 약간 견디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원정에 가면 대체적으로 밤에는 정해진 호텔에서 식사를 하는데 언제나 김치나 찌개가 있으니까 먹기 어려운 외국인 선수들 같은 경우에 고생스러운 부분이 있었죠' 분명히.

더군다나 ‘다 함께 하는 식사에 참여할 수 없다면 사기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듣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 부분에서는 분명히 조금 어려움이 있었네요.

- 연습환경이나 기본적인 훈련환경 등은 어땠었나요.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당시 제가 플레이하고 있던 K-리그는 장비지원이나 메디컬 환경 등이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축구화나 유니폼 같은 개인장비는 자신이 관리한다고 해도 선수 입장에서 메디컬에 관한 지원은 정말로 절실해요. 부상을 입었을 때나 몸에 어딘가 이상이 왔을 때 확실히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도 영향을 받으니까요. 의료지원 환경과 관련해서는 불안을 느끼는 선수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 그런데 그런 환경 때문에 오히려 ‘터프함’이 배가 됐을 수도 있겠네요.

확실히요. 인천에서 플레이 하던 시절에 한 번은 발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던 적이 있었어요. 이미 금이 간 상태였고' 통증도 가라앉지 않았지만 그대로 경기에 나선 거죠. J리그에서였다면 그 정도로 아픈 상태에서는 바로 플레이를 중단하고 그라운드를 나왔을 거에요. 하지만 당시 계속해서 팀의 스타팅 멤버로 출전하고 있었고' 상대는 FC 서울로 팀명을 바꾼 전 소속팀 안양이었어요. 4' 5경기 전부터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상대팀이 서울이라 그 경기는 꼭 나가고 싶었고' 경기를 강행한 거죠.

- 그 날 PK를 성공시켰고' 그래서 인천이 승리했었죠.

경기 종료 직전에 제가 PK를 성공시켜서 팀이 이겼어요. 상대가 전 소속팀이었고' 발가락 부상을 참고 뛰었던 경기인데다가 골까지 성공시켰으니 K-리그에서 뛰었던 경기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시합이죠.

경기가 끝난 뒤에 축구화를 신는 것 조차 힘들어서 진단을 받았는데 이미 아예 발가락이 ‘똑’ 부러져 있더군요.(쓴웃음) 그래도 역시 생각해 보면 한국에 있으면서 그 정도로 정신력이 강해졌고' 결국 그런 부분이 한국 축구의 특징인 것 같아요.

중요한 때에 참고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정신력은 역시 그런 평소의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과의 시합에서도 그렇지만 정말로 체력이 소진된 상황에서도 한 걸음 더 상대를 뿌리치고 달릴 수 있는 강함이 한국축구에는 있어요. 아마도 역시 평소의 베이스가 있기 때문이겠죠.

- 마에조노 선수 자신의 축구 스타일에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습니까.

플레이도 그렇지만 한국에 있었던 2년 간' 단지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나와 같은 세대나 후배 선수들과 일본축구와 한국축구의 차이' J리그 전반에 관해서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죠. J리그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개인적으로는 함께 식사도 하고 저 자신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렇게 선수들과 긍정적으로 신뢰관계를 쌓으면서 처음으로 나 자신의 플레이에 구애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위해 뛴다’고 하는 부분을 배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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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무광/김명욱' 번역=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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