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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색 네 친구' 홍혜지-이효경-박예은-장창의 성장

2019-10-06 14:14:59 996


 

홍혜지(창녕WFC), 이효경(알비렉스니가타레이디스), 박예은(경주한수원), 장창(서울시청)은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함께 성장한 친구들이다. 한국여자축구 최고의 자리에서 다시 뭉친 이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를 거름 삼아 성장하고 또 성장한다.

 

2016 FIFA 파푸아뉴기니 U-20 여자월드컵 이후 약 3년. 우리나이 스물넷 네 친구가 다시 뭉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3년 전 모두 대학생이었던 이들은 첫 세계무대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셨다. 이후 각자의 판단대로 저마다의 길을 걸었다. 박예은은 학업을 중단하고 일찍 WK리그행을 선택했고, 홍혜지는 일본에 진출했다 WK리그로 왔다. 장창은 학업을 끝까지 마친 뒤 올해 WK리거가 됐고, 이효경은 대학시절부터 쭉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미국 친선 2연전을 앞두고 이들은 모두 함께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홍혜지와 장창은 지난 2019 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직전까지 대표팀의 일원이었으나 최종명단에서 탈락했고, 박예은은 2015년 11월 호주와의 국내 친선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에 첫 발탁됐으나 이후로는 인연이 없었다. 이효경은 이번이 첫 발탁이다. 변화의 시기를 맞은 대표팀과 함께, 이들 각각 역시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섰다.

 

-장창과 홍혜지는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홍혜지 : 아쉽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없지만 그때는 엄청 울었다.

장창 : 최종명단이 발표되고 나서 서로 통화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웃음).

홍혜지 : 전화해서 “너 뭐하냐?”, “나? 울고 있지. 넌 뭐하냐?”, “나도 울고 있어.” 이런 식이었다(웃음).

장창 : 그때 마음은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다.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도 힘들었다. 월드컵이 지나고 나니까 괜찮아지더라. 어쨌든 지난 일이고, 다시 대표팀에 들어오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다시 오게 돼 기쁘다.

 

-이번 미국전 소집명단이 발표됐을 때의 심정은 어땠나?

홍혜지 : 사실 걱정이 앞섰다. 한 번 실패를 맛보고 나니까 다시 또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걱정됐다.

장창 : 나도 그랬다. 한 번 떨어진 후에 다시 올라가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래도 다시 발탁됐으니 잘해보자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박예은은 오랜만에, 이효경은 처음 발탁됐는데?

박예은 :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오랜만에 다시 발탁돼 기분은 좋았는데 걱정도 많았다. 처음 대표팀에 왔던 게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기 때문이다. 호주와의 국내 친선경기였는데 본 경기 전 비공식 경기에 뛰었다. 거의 울면서 뛰었다. 제대로 한 게 없었다. 1쿼터가 끝나고 화장실에 가서 엄청 울었다. (장)슬기 언니, (이)소담 언니가 처음에는 다 그런 거라고 위로해줬던 기억이 난다. 어리기도 했고, 높게만 생각했던 성인 대표팀에 너무 빨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발탁이 안돼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만큼 부족하다 생각하고 더 성장하려 노력했다.

이효경 : 늘 꿈꾸던 일이라 기뻤는데 실감이 잘 안 나기도 했다. 리그 일정이 바빠서 정신 없이 지내다보니 미국에 오게 됐다. 오랜만에 우리말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처음이라 어색할까봐 예은이한테 미리 연락해서 잘 챙겨달라고 했다.

박예은 : 잘 챙기고 있다. 나도 챙김을 받아야 할 처지인데(웃음).

 

-3년 전 U-20 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뭉쳤다. 그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장창 : 그때는 국제대회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이 부족했다. 이제는 해외 팀들을 조금씩 상대해보면서 경험적인 면에서 성장한 것 같다. 전보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홍혜지 : 깡이라고 할까, 예전만큼 주눅 들지 않는다. 자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어서 내가 한 실수가 되게 커보이곤 했는데 요새는 많이 바뀌었다.

이효경 : 그때보다 몸이 좋아졌다. U-20 월드컵 전까지는 부상이 많았는데 이후로는 부상도 없고 컨디션이 점점 올라왔다. 프로리그에서 뛰며 빠른 경기 템포도 익히고, 여러 면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박예은 : U-20 월드컵이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확실히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계기는 된 것 같다.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였고, 그래서 세계무대에 대한 도전의식을 더 갖게 됐다.
 


 

-FIFA 랭킹 1위 미국을 상대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장창 : 2017년 원정 때 두 경기를 모두 뛰었다. 1차전 때는 교체로 들어가서 멋모르고 뛰어다녔는데 2차전 때는 선발로 나가서 호되게 당했다. 미국이 2차전에 더 힘을 실은 것 같았다. 당시에는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대학무대의 경기 템포에 익숙했던 터라 미국과의 경기가 더 힘들었다. WK리그의 템포로 생각해도 안 된다. 신체조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혼자하기 보다 같이 하는 게 중요하다.

홍혜지 : 경기 영상은 많이 봤지만 실제로 느끼면 다를 것이다. 그 속도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한두 명이 특출한 게 아니라 특출한 선수들이 모인 팀이기 때문에 실수를 잡아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이효경 : 세계 1위 팀이랑 경기를 한다는 게 물론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쉽지 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꼭 뛰어보고 싶다. 유명한 선수들의 실력을 직접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수비수로서 그런 선수들과의 경합에서 이긴다면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막내 김소은은 “인천현대제철의 비야가 11명인 팀”이라고 비유했다.

홍혜지 : 적절한 비유인 것 같다(웃음).

장창 : 정말 그런 것 같다. 비야처럼 저돌적으로 쭉쭉 밀고 들어온다. 부담스럽다.

이효경 : 룸메이트가 (조)소현 언니인데, 언니는 그런 강팀이랑 경기하는 게 재미있다고 한다.

장창 : 소현 언니는 극한 상황을 즐긴다.

홍혜지 : 나는 아직 즐기는 것까지는 불가능하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박예은은 지난 1차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소감이 어떤가?

박예은 : 후반 45분에 들어갔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감을 갖고 임했다. 밖에서 지켜볼 때도 미국이 생각보다 본인들의 플레이를 못 하는 것 같아서 들어가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4분 동안 공을 딱 세 번 잡았다(웃음). 그런데 경기 후 미팅에서 내 장면이 빌드업의 좋은 예로 꼽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조금이나마 뭔가를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대표팀이 변화의 시기에 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박예은 : 어떤 감독님이 선임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한국에 돌아가면 남은 WK리그 경기에서 내가 가진 것들을 모두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에 한 번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장창 : 앞으로 동아시안컵(E-1 챔피언십)과 올림픽 예선이 있다. 다음에도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이 중요하다. 지금 미국전에서 내 장점을 보여주고 싶다.

이효경 : 첫 발탁이라 설레고 긴장되지만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가고 싶다. 일본에서 생활하다보니 내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덩달아 커졌다. 아직 한국이 올림픽 본선에 나간 적이 없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참가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하루하루 잘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혜지 : 우리가 대표팀에서 어린 나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나이에도 주전으로 경기에 뛰어야 한다. 우리도 스스로 아직 어리다는 생각보다는 선배들과 경쟁하면서 경기에 뛰고자 하는 마음을 계속 가져야 한다. 대표팀에 발탁되는 것 이상의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시카고(미국)=권태정

사진=탁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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