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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돌아온' 이세은 "신입의 마음으로"

2019-10-02 02:31:55 650


 

“신입의 마음으로 임하겠다.”

 

이세은(인천현대제철)이 미국과의 친선 2연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지닌 각오다. 12년 전에 이미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세은이지만 2011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소감은 남다를 수밖에 그는 “모든 게 새롭다. 처음 같은 느낌이다. 무척 긴장하고 있는 중”이라며 웃었다.

 

발탁되지 않았던 8년 동안 이세은은 국가대표에 대한 미련을 대부분 접고 있었다. 2016년 12월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솔직히 말하면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이 없다. 물론 선발된다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겠지만, 욕심내지는 않는다. 선발되는 다른 선수들을 부러워하거나 하면서 감정소비를 할 시기는 지난 것 같다. 국가대표에 대한 미련 때문에 내가 갖고 가야할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국가대표 발탁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미국과의 1차전을 위해 머물고 있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의 숙소 앞에서 이세은을 만나 솔직한 심정을 들어봤다. 생각이 너무 많아 문제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이세은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목표와 태도를 설정했다. 오랜만의 A매치 복귀전이 세계 최강 미국이라는 점은 분명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그는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8년 만의 국가대표 발탁이다.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발탁된다는 소문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이제 국가대표서 뭐하겠냐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몸이 더 좋고 자신에 차있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경험에 더 의지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정말 발탁이 되고 여기 와서 보니 확실히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이번을 계기 삼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축하를 많이 받았다. 좀 전까지 국가대표였던 친구들도 이제 꽃을 피우는 거냐며 축하해줬다. 자기가 뽑힌 것처럼 기분이 좋다는 후배들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고맙다. 소속팀 동료인 (심)서연이는 다른 발탁된 선수들한테 ‘언니를 잘 챙기라’며 신신당부를 하더라. 조언도 많이 받았다. 한 친구는 더 잘하려고 할 것도 없이 하던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런 이야기들을 받아들여서 편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왔다.

 

-편하게 하고 있나?

되게 긴장하고 있다(웃음). 처음에는 편하게 하자고 생각했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 팀에만 오래 있었다보니, 새로운 팀에 온 느낌이라 적응이 쉽지 않다. 상대가 미국이라는 것 때문에도 더 그렇다. 자꾸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러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커지면 후회도 커진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고 있다.

 

-오랜만이긴 하지만 조소현(웨스트햄유나이티드WFC)과 함께 가장 선배이기도 하다.

그렇다. 얼굴은 알아도 대화를 못 나눠본 선수들이 많다.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내가 우스갯소리를 하면 또래인 김은혜 선생님(의무트레이너)만 웃더라. 세대차이인가(웃음)? 생년 앞에 8자 들어간다고 동생들이 놀린다. (이세은은 빠른 1989년생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A매치 24경기를 뛰었다.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

사실 기억이 또렷하게 나지는 않는다. 잘했던 기억도 없다. 아마도 나 스스로 주도적으로 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쫓아가려고만 했던 것 같다. 그때 조금 더 잘해서 쭉 발탁됐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부터 88년생 세대를 같이 꾸려갔던 친구들 사이에 나는 끼지 못한 거니까. 그런 아쉬움은 있었다. 그때 친구들 중에 이젠 (조)소현이만 남았다.

 

-8년 만의 A매치가 미국전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가?

되게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최강을 상대로 도전하는 것이니까 오히려 더 편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에도 미국 원정을 온 적이 있다. 그때는 경기에 뛰지는 못했는데, 그래서 그 경기 속도나 피지컬 차이에 대한 두려움만 남아있다. 경험 많은 후배들한테 나 좀 잘 도와달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어차피 미국이랑 뛰면 누구나 똑같다고 하더라(웃음). 이번에야말로 신입의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다.

 

-진짜 신입 선수들(김소은, 김진희, 이효경)도 있는데?

아직 대화를 많이 못해봤다. 가장 어린 친구들과는 9살 차이가 난다. 신입이라면 패기가 있어야 하는데 어린 친구들만큼은 안 되는 것 같다. 예전에 발탁됐을 때 송주희 언니, 김유미 언니 등 10살 이상 차이나는 언니들과 함께 했다. 그때 언니들이 잘 챙겨줬던 기억이 난다. 이 얘기를 하다보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웃음).

 

-이번 발탁을 계기로 국가대표로서 오래 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나?

욕심이라기보다는 열심히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강하다. 내가 아쉬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훈련이든 경기든 내가 만족하고 내가 후회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번에 다시 발탁되느냐 안 되느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시 발탁된다면 기쁘겠지만 발탁되지 않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않으려고 한다. 8년 동안 쌓인 내공이 있지 않겠나. 일단 지금 주어진 순간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만큼 해내고 싶다.

 

-미국전에 대해 기대되는 부분은 무엇이가?

알렉스 모건이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하다. 메건 라피노도. 그 선수들이 어떤 기술을 펼치는지, 경기속도는 어떤지 알아보고 싶다. 나는 WK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현대제철에서만 오래 있었기 때문에 늘 공격 위주의 경기만 해왔다. 우리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 수비를 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기대도 있고 두려움도 있다.

 

샬럿(미국)=권태정

사진=탁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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