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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프로다운 아마추어를 꿈꾸는 K5 벽산플레이어스

2019-07-26 12:08:11 5,194



'K5리그 팀이 메인 스폰서도 있고, ‘굿즈’도 판다고?'
 

지난 7월 20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2019 K5 서울리그의 마지막 라운드가 열렸다. 이전 라운드까지 무실점 연승 행진을 달리던 관악벽산플레이어스FC(이하 벽산)는 이날도 2위팀인 서초FC잇플에 8-0 대승을 거두며 무실점 전승 우승(5승 무패, 23득점 무실점)을 완성했다.


지난해 K6 서울리그 우승에 이어 올해 K5에서까지 절대강자로 떠오른 벽산은 특별한 팀이다. 하지만 벽산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벽산의 특별함은 벽산이 아마추어에서 보기 드물 정도의 ‘프로다움’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시작은 평범했다. 2008년 서울 금천구에 있는 가산디지털단지 벽산 7차 건물의 입주사 동호회 축구팀으로 창단됐다. 그 당시 벽산은 전형적인 조기축구회였다. 비슷한 규모의 동호인 팀들에게 매번 큰 점수차로 패할 정도로 실력도 좋지 않았다. 팀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정희상 감독이 부임하고 팀 운영의 전권을 잡으면서부터였다.


정 감독은 3, 4년에 걸쳐 팀을 완전히 새롭게 리빌딩했다. 출석률이 좋지 않거나 팀에 대한 소속감이 없는 사람들은 과감히 정리했다. 또한 관악구 축구협회와 연고협약을 맺어 정기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운동장(관악구민운동장)도 마련했다. 협약에 따라 벽산은 관악구를 대표하는 20대 및 30대 연령별 대표팀(상비군)으로서 각종 대회에 나서게 된다. 안정된 토대 위에서 실력을 다진 벽산은 이제 K5 리그의 강자로 발돋움했다.



 

메인 스폰서와 굿즈가 있는 팀

정 감독은 팀을 리빌딩하면서 다른 팀과는 차별화된 환경을 갖추고자 새로운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것이 메인 스폰서 계약이다. 벽산의 메인 스폰서 ‘플레이어스’는 동호인 유니폼 제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스포츠 브랜드다. 플레이어스가 주최한 후원팀 공모전에서 벽산이 선정되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됐다.
 

후원 기간 동안 정 감독과 벽산 선수들은 플레이어스 유니폼에 대한 피드백은 물론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다. 이에 플레이어스 측에서 정식 스폰서 계약 체결을 제의했다. 이제는 플레이어스가 벽산의 메인 스폰서인 동시에 벽산이 플레이어스 브랜드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벽산은 프로 팀들이 실시하는 팬 서비스에도 적극적이다. 굿즈 출시 및 판매가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유니폼, 모자, 후드티 등을 제작했는데 호평이 이어졌다. 정 감독은 “팀을 상징하는 물건을 착용하거나 가지고 있을 때 팀에 대한 소속감이 더 생기고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수익은 거의 없었지만 팬들을 유치하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보통 아마추어 클럽팀은 팀원과 직접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만 응원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벽산은 다르다. 이 팀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팬으로 활동한다. FA컵에 출전하면서 팬이 생겨났다. 한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에서 FA컵 출전 팀들 중 생활축구팀답지 않게 엠블럼과 SNS 컨텐츠의 디자인이 예쁜 벽산이 화제가 됐다. 이 소식을 들은 정 감독은 직접 해당 커뮤니티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커뮤니티를 통해 벽산을 응원하게 된 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게 된 것이다.
 

정 감독은 “생활 축구팀이라 우리끼리 즐겁게 공차고 만족하고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라봐 주는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그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생각했다” 고 설명했다.



 

전문 선수 출신이 찾아오는 팀이 되다

‘프로다움’을 추구하며 좋은 환경이 갖춰지자 전문 선수 출신들이 벽산을 찾아오게 됐다. 생활 축구팀들은 전력 강화를 위해 감독이 전문 선수 출신을 찾아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벽산은 반대다. 뛰어난 환경에 만족한 기존의 선수 출신들이 다른 선수 출신들에게 벽산을 추천하여 입단하는 경우가 더 많다.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주장 진민호 역시 다른 선수의 추천으로 벽산에 입단한 경우다. 진민호는 “팀이 끈끈하고 체계적이어서 다시 한 번 현역 선수 생활을 하는 기분”이라며 “내가 뛸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 팀에서 뛰고 싶다”며 팀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
 

내셔널리그 목포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부주장 송재구도 “아마추어 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훈련시스템, 스폰서 계약, FA컵 출전 등 새로운 목표가 생겨 계속 활동하고 있다. 현역 선수 생활을 할 때 같은 기분이 들어 감회가 새로울 때가 많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디비전리그 활성화에 우리가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팀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IT업계에 종사하는 정 감독을 비롯해 벽산 선수들 모두 본업은 축구 선수가 아니다. 앞으로도 주변 환경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벽산은 계속해서 생활축구팀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마추어임에도 프로 같은 체계를 갖추고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뛰는 벽산의 모습은 프로에서 아마추어까지 연계되는 승강제를 구상하며 시작된 디비전리그에 가장 들어맞는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K5 서울리그에서 무실점 전승 우승을 차지한 벽산플레이어스의 다음 무대는 전국의 K5 리그 강자들이 모일 왕중왕전이다. 왕중왕전을 준비하는 벽산은 관악구민운동장에서 주 2~3회씩 훈련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조원희로부터 훈련을 받기도 했다. 



 

디비전 시스템의 말단이지만 최고를 꿈꾼다

벽산처럼 좋은 환경을 갖춘 팀들이 나타나게 된 것은 대한축구협회(KFA)의 선진형 클럽디비전 시스템이 정착하면서부터다.
 

클럽디비전 시스템은 KFA가 2017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과제 중 하나다. 정몽규 KFA 회장은 1부리그부터 7부리그까지 승강제가 구현되는 디비전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2017년 K7 시군구리그를 시작으로 2018년 K6 시도리그, 2019년 K5 전국리그가 출범됐다. 또한 3부 및 4부 리그의 재편 작업을 통해 1부에서 7부까지, 동호인 축구와 프로까지 아우르는 디비전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한국 축구는 프로(K리그1, K리그2), 실업(내셔널리그), 엘리트/아마추어(K3, K4), 아마추어/생활체육(K5, K6, K7)으로 각각 단절된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KFA는 이처럼 단절되고 소수 프로축구에 집중된 기존 축구리그 시스템에서 탈피하고자 디비전 리그를 도입했다. 동호인 리그의 육성과 보급을 통해 축구 저변 확대를 도모하고, 우수선수 확보를 통해 한국축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디비전 시스템 구축의 목적이다.
 

무기고 노동자들의 축구팀에서 시작된 ‘아스널’이라는 이름은 이제 세계적인 빅클럽의 이름이 됐다. 벽산플레이어스가 ‘프로다움’을 추구하며 전진하다 보면 벽산 7차 건물 입주사 축구팀에서 시작된 벽산이라는 이름도 먼 미래에는 빅클럽의 이름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글 = 차재민 KFA 인턴기자

사진 = 차재민, 벽산플레이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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