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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피델은 더 멋진 인생 역전을 꿈꾼다

2018-08-29 15:53:16 1,500

 

 


K3
리그에서 프로 무대로 입성한 한국인 선수는 이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됐다하지만 K3리그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가 프로 무대로 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일이다팀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선수는 프로 구단이 자체 스카우트 팀을 동원해 돈과 시간을 들여 뽑는다(물론 그렇지 않은 팀도 있지만 말이다). 

 

K3리그 부산FC에서 K리그안산그리너스로 간 브라질 출신의 피델(25)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그는 지난 7부산에서 안산으로 6개월 임대됐다지난해 중순 부산에 입단한 피델은 그 해 7경기 7골을 넣었고올해 초반에는 12경기 12골을 기록했다비록 부산FC가 K3리그 중에서도 상위리그인 어드밴스가 아니라 하위리그인 베이직에 속해있지만 그의 공격수로서 자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K3리그 베이직은 내셔널리그(실업축구)까지 포함해 따지자면 5부리그에 해당한다.

 

브라질에서 잘 뛰던 1993년생 피델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 어떻게왜 오게 됐을까프로 리그가 아닌 K3리그에 도전한 이유도 궁금했다무엇보다 피델이라는 선수가 한국 무대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고 싶었다인터뷰를 통해 조금이나마 피델을 알 수 있길 바란다.

 

한국에 온 지 2년째인데 한국음식은 입에 잘 맞나.

돼지 두루치기를 좋아해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밥하고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다하지만 국밥처럼 국물이 많은 음식은 먹기가 부담스럽다그래도 대체로 입에 잘 맞는다.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배경과 이유가 궁금하다.

브라질에서 뛸 때 한국인 에이전트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어릴 때부터 외국에 나가서 축구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행복했다한국에 대해선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주변 사람들에게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그러나 겁나지는 않았다.

 

브라질에서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성격이 밝고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선생님과 차마 주고 받지 못할 정도의 농담도 할 정도였다친구들은 나를 네이마르라고 불러줬다친구들 사이에서는 볼을 꽤 잘 찼고얼굴도 비슷하게 생겨서 그렇게 부른 것 같다(웃음). 하지만 가정 사정으로 10대 후반에 4년 동안 축구를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나.

내가 열다섯 살 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고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했다그때 충격을 받아 축구를 한동안 하지 않고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일을 도와드렸다제초 작업도 하고트럭에 짐을 싣고 내리는 일도 했었다다시 축구를 시작한 건 스무 살부터였다그때 아마추어 팀에서 뛰다가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 테스트 끝에 프로에 입단했다.

많이 힘들었겠다아마도 그런 아픔 때문에 더욱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축구 중계를 통해 성공한 선수를 보면서 꿈을 꿔왔다프로 선수가 됐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 2014년부터 페네덴세를 시작으로 무리시히우 브랑코를 거쳤다.

페네덴세에 뛸 때 주리그 결승전에서 골을 넣으며 최우수선수가 됐고골 장면이 브라질 최고의 스포츠 방송 글로부에 나오기도 했다그때 프로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브라질 전국리그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주리그도 프로 팀이다.
 



피델을 한국으로 데려온 이는 한국인 에이전트 손원진 씨다. 브라질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손 씨는 까보레, 뽀뽀, 까이끼 등 실력 있는 선수를 한국에 보내 성공시켰다. 쿠리치바에 머물고 있는 그는 쿠리치바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히우 브랑코에서 뛰는 피델의 경기를 우연히 보게 됐다피델의 스피드와 드리블에 반한 손 씨는 한국에 데려 가기로 결심했다. 


- 드리블 능력이 뛰어나다고 들었다타고난 것인가. 연습을 많이 한 것인가.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어머니도 여자축구 선수였다. 브라질 대표팀의 레전드 선수였던 마르타와 같은 리그에서 상대팀으로 뛰었다.


- 프로 리그가 아닌 4부리그격인 K3리그에 오게 됐다. 미지의 땅인 한국의 이름 모를 리그에서 뛰는 부담감이 많았을 것 같다.

나는 돈을 받고 뛰었기 때문에 프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부산FC에서 경기를 하면서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려움이나 부담감은 없었다.


- 부산 FC에서의 1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브라질보다 훨씬 나은 생활 환경이었다. 구단 분들도 나를 아들처럼 대해줬다.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부산FC에서 지금도 잘 챙겨준다. 1부리그까지 가는데 서로 힘이 됐으면 좋겠다.


- 1
년간 경험해본 K3리그의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무나 와서 볼 차는 곳은 아니라고 느꼈다. 다만 K리그2와 차이는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K리그2가 파워와 스피드 면에서 앞선다고 생각한다.


-
축구 외적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은?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기독교 신자인데 교회에 나간 것이 한국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교회에서 사귄 한국 친구가 많다. 교회 친구들이 경기장에도 응원하러 와줘서 많은 힘이 됐다. 가족이 기독교 신자라 나도 신앙을 갖게 됐는데 교회에는 잘 나가지 않다가 페네덴세에 입단한 2014년부터 나가게 됐다.

- 부산이라는 도시는 맘에 들었는지도 궁금하다.

내 고향인 브라질 알라고아누 주는 바닷가였다. 부산도 바닷가라 마음에 들었다. 올해 중순 안산에 오기 직전에 잠시 쉬었을 때 해운대에 갔는데 정말 좋았다. 그리고 브라질은 건물이나 도로 시설이 열악한데 부산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았다. 무엇보다도 부산 뿐만 아니라 한국은 어디에서든 밤에 나가도 사고의 위험이 없다는 점이 좋다.


- 최근 이적한 안산 팀에는 적응이 됐는지 궁금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구단 직원들이 많이 도와줘 고맙다. 팀을 도와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데 생각처럼 되지 않아 힘들다.


- 훈련, 경기, 일상생활에서 부산FC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부산FC에서는 선수들과 친하니 훈련 중에도 장난 치면서 편하게 했는데 안산에서는 아직 그렇지 않아 조금 아쉽다. 빨리 친해지고 싶다. 경기를 치르는 것은 큰 차이가 없고, 생활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 안산의 제의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행복했다. K리그2에 가면 지켜보는 눈이 많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온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아직 동료와 많이 뛰어보지 않아 호흡이 맞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내 기량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적은 기회도 잘 살리는 것이 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 보통 임대는 상위리그에서 하위리그로 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은 다르다. 6개월 임대라는 계약 형태는 사실상 테스트의 의미가 강한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브라질에서는 임대가 활발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지금 임대선수로 뛰고 있는데 최대한 남은 기간 동안 노력해 팀을 돕고, 나의 축구를 보여주는 방법 밖에는 없다.


-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설명한다면. 

스피드와 드리블이 장점이다. 한국에서는 수비를 많이 도와줘야 해서 수비 가담을 많이 하려고 한다. 전북현대의 로페즈를 TV로 봤는데 스타일 면에서 나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
한국에서 성공한 브라질 선수 중 롤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다면.

에닝요를 알고 있다. 에닝요가 2015년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그만 두고 무리시에서 마지막 선수 생활을 할 때 같이 뛰었다. 아주 친하지는 않아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에닝요가 한국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에닝요처럼 성공하고 싶다.


- 한국에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K리그1에서 뛰는 것이 내 목표다. 경남, 제주 같은 팀에 가면 좋겠다. 경남, 제주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더 좋은 팀으로 간 외국인 선수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오명철

사진 = 안산그리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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