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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평양의 기적’ 보며 투혼 되새긴 여자 대표팀

2017-10-17 10:59:00 6,243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 북한과 한 조에 속했다. 조 1위를 해야 아시안컵 본선에 나설 수 있는 상황에서 여자축구 강호인 북한과 같은 조에 속하게 된 것은 재앙과 가까웠다. 그러나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투혼을 발휘해 북한과 비기며 3승1무로 조 1위를 차지해 본선행을 확정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뒤, 여자 대표팀은 미국과의 친선경기(20, 23일)를 치르기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했다. 20시간의 비행 끝에 현지시간 15일 오후 뉴올리언스에 도착한 대표팀은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16일 첫 훈련을 앞두고 대표팀 숙소 르 파빌론 호텔에서 영상 미팅을 소집한 윤 감독은 6개월 전 아시안컵 예선 경기 영상을 편집해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윤 감독은 영상을 보여주기 전 “미국과 평가전을 앞둔 시점에 왜 비디오를 보여주는지 의아해하는 선수들도 있을 것”이라면서 “대표팀이 낯선 젊은 선수들은 이 영상을 통해 우리 팀의 정신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베테랑 선수들은 그때의 기억을 다시 상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아시안컵 예선 당시 대표팀이 잘 했던 플레이와 아쉬웠던 플레이가 카테고리 별로 편집돼 나왔다. 선수들은 빌드업, 속공, 수비, 득점 및 실점 등 분야별로 나눠진 영상을 집중해 시청했다. 당시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은 그때의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 듯 감회에 젖은 모습이었고, 어린 선수들은 언니들의 움직임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여자 대표팀의 아시안컵 본선행은 ‘평양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대단한 성과였다. 아시안컵 예선에서 북한과 한 조가 되자 윤 감독은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잠시 미루고 베테랑 선수들을 불러모아 최정예 멤버를 꾸렸다. 5만 관중이 운집한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북한과 맞대결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에서 소음 적응훈련까지 할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 결과 인도(10-0 승), 북한(1-1 무), 홍콩(6-0 승), 우즈베키스탄(4-0 승)을 상대로 3승1무를 거두며 골득실 차로 북한을 제치고 조 1위를 차지했다. 투혼과 정신력이 만든 쾌거였다.

영상이 끝난 뒤 선수들은 선후배가 함께 어울려 당시의 플레이를 복기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허정재 코치는 “대표팀 선수들이 항상 저런 정신력을 가지고 매 경기를 치른다면 어떤 팀을 상대로도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열린 AFC U-16 챔피언십에서 U-16 여자 대표팀의 준우승을 이끌며 U-17 월드컵행을 확정한 허정재 감독은 이번에 여자 대표팀 코치로 합류했다. 허 코치는 U-16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때 선수들의 정신력을 일깨우기 위해 여자 대표팀의 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보여줬다고 한다.

어린 선수들은 언니들의 플레이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난해 미얀마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장창(21, 고려대)은 “영상만 봤는데도 언니들의 간절함이 확 느껴졌다. 평양에 가기 전에 입에서 단내가 달 정도로 힘들게 훈련했다고 언니들에게 들었는데 훈련의 성과가 나타난 것 같다. 북한과 경기에서는 수비만 열심히 했다고 (언니들이) 말씀하시던데 지금 보니 공격에서도 좋은 장면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젊은 선수들의 반응도 장창과 매한가지였다.

윤 감독이 미국과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이 영상을 보여준 건 그때의 투혼을 다시 되살리고자 하는 의도였다. 더불어 평양에서 강호 북한을 상대로 5만 관중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던 플레이가 이번에도 나오길 희망하고 있다. 윤 감독은 “세계 1위 미국과 경기에서 지더라도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팬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자 대표팀은 오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9시30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메르세데스-벤츠 슈퍼돔, 23일 오전 3시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의 세일런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두 차례 친선경기를 한다.

뉴올리언스 = 오명철
사진 = 류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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