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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홍혜지, 서로를 닮은 미래의 국가대표 남매

2016-01-13 09:43:00 3,756

국가대표팀 슈틸리케(가운데) 감독으로부터 영플레이어상을 받고 있는 이상민(왼쪽)과 홍혜지(오른쪽).



2015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는 처음 시상하는 부문이 생겼다. 바로 베스트 영플레이어상 부문이다. 초·중·고와 대학을 통틀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최초의 영광은 이상민(17, 현대고)과 홍혜지(19, 고려대)에게 돌아갔다. 공교롭게도 둘은 닮은 점이 정말 많았다.

지난 12월 23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2015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을 마친 후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이상민과 홍혜지를 만났다. 이상민은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부모님과 기쁨을 즐기고 있었다. 홍혜지는 소속 팀 고려대의 양산 동계전지훈련을 소화하다 이날 혼자 올라와 시상식에 참가했다.
둘은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상민은 소속 팀 울산현대고의 고등리그 전반기 왕중왕전 우승을 이끌었고 U-17 월드컵에서 주장이자 수비수로서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홍혜지는 중국에서 열린 AFC U-19 여자챔피언십에서 주장을 맡아 3위를 견인하며 내년 U-20 여자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는데 일조했다. 더불어 호주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하는 영광을 안았다.
공교롭게도 둘은 고교 시절을 한 곳에서 보냈다. 이상민이 현대고, 홍혜지가 현대공고를 졸업해 울산현대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한 적이 있다. 비록 말 한마디 섞어본 적은 없지만 한 지붕 아래서 생활한 것이다. 또한 같은 수비수인데다 올해 출전한 대회에서 주장을 맡은 점까지 똑같다. 이렇게 닮은 두 선수는 올해 최고의 활약을 하며 최고의 자리에 나란히 섰다. 둘은 수줍게 웃는 모습도, 똑 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밝히는 모습도 닮아있었다. 참고로 이상민이 1998년 1월생, 홍혜지가 1996년생으로 홍혜지가 이상민보다 1년 선배다.

- 수상 소감은?
이상민 “얼떨떨하다. 처음 만든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다. 제가 받아도 될지 의문이지만 주위의 많은 지도자 선생님과 선수들이 도움을 줘 받게 됐다. 특히 U-17 대표팀 선수단과 스태프에게 감사하다.”
홍혜지 “원래 있는 상인 줄 알았는데 처음 생겼다고 하더라. 초·중·고와 대학을 통틀어 잘 하는 선수에게 주는 상이라고 들었다. 운동장에서는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을 알아 덜 떨리는데 사람들이 많은 시상식 자리에서 소감을 말하려니 아무 것도 안 보이더라. (: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염색을 하고 싶었는데 머릿결이 많이 상해서 참다가 하게 됐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다.”

- 서로 안면이나 친분이 있는지?
이상민 “홍혜지 누나가 누군지는 안다. 울산현대 클럽하우스에서 같이 생활했지만 딱히 이야기 나눌 겨를은 없었다. (: 경기하는 모습을 본 적은 있나?) 내가 휴대폰이 없어서... 현대고는 주말을 제외하면 휴대폰을 쓸 수 없다. 그래서 경기시간을 알 수 없었다.”
홍혜지 “TV가 있는데...”
이상민 “경기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 제가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건망증이 심해졌다. 그래도 얼핏 본 기억을 살리자면 운동장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홍혜지 “클럽하우스에서 같이 지내긴 했지만 남녀가 어울리는 모습을 주위에서 별로 안 좋아해 말도 섞어보지 않았다. 숙소만 같았지 따로 놀았다. 이야기할 시간이나 친해질 계기가 없었다. (이)상민이가 U-17 월드컵에서 뛰는 모습을 TV로 봤는데 지금 모습과는 다르다. 원래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강한 인상이지만 평소에는 순하고 소심한 경우가 많은데 상민이나 내가 그렇다. 나도 평소에는 낯을 많이 가려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이상민은 FIFA U-17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 이상민은 최근 숭실대 훈련에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적응은 좀 됐나?
“일주일 정도 됐다.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부분도 있고 환경이 달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잘 지낼만한 곳이다. 내가 빠른 98년생인데 족보가 꼬여서(?) 오히려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제 동기 중에는 유급한 친구들도 있는 반면 선배 중에는 빠른 97년생이 있어 선배가 후배보다 어린 경우도 있다. 덕분에 이걸 소재로 서로 웃고 떠들면서 친해졌다.”

- 홍혜지는 최근 여자 A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본인에게 몇 점이나 주겠나?
“A매치 데뷔전 초반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몸이 풀리니까 조금 할만 했다. 그래도 끝까지 정신이 없었다. 50점을 주고 싶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 잘한 건 언니들 틈에서 주눅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실점은 아쉽다. 실점은 모두가 잘못해서 허용하는 것이지만 내가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놓쳐서 아쉽다.”

- 2015년을 각자 정리해본다면?
홍혜지 “정말 정신이 없고 힘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만큼 보상이 많았던 해였다. 내년에 열심히 하라고 주는 보상인 것 같다. 입학하자마자 동계 전지훈련을 하며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힘들었다. 또 올해는 소속 팀과 대표팀을 자주 오가면서 심적으로 힘들어 우울증 증세도 있었다. 운동이 하기 싫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럴 때마다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올 한해는 좋은 날이 많았던 것 같다.”
이상민 “지나고 보니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14세부터 같이 해왔던 팀이 올해 U-17 월드컵을 끝으로 헤어지니까 아쉬움이 크다. 준비와 노력을 많이 했는데 준비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해 더 아쉬웠다. 반면 내가 한 것에 비해 보상이 많았다. 이승우, 장결희 덕분에 우리 팀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고 주장으로서 인터뷰도 많이 했다. 이렇게 큰 상도 받아 영광스럽다. 운도 많이 따랐다. 올해는 저에게 감사하면서도 아쉬운 한 해였다.”

- 이상민은 U-17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홍혜지는 AFC U-19 여자챔피언십 3위로 내년 U-20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각자 출전한 대회에서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이상민 “가장 좋은 건 조별리그에서 역사를 세운 것이다.(편집자주: U-17 대표팀은 FIFA 주관대회에서 남자대표팀 최초로 브라질을 잡았으며 최초로 조별리그 전 경기 무실점 기록을 세웠다). 브라질과 경기를 앞두고는 이전에 브라질에 두 번 졌기에 브라질은 꼭 잡자는 마음이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 모두 강했다. 좋은 경기를 하며 브라질을 이겨 좋았고, 조별리그 무실점을 하며 수비수인 내가 관심을 받게 됐다. 아쉬운 것은 벨기에와의 16강전이다. 경기를 앞두고 영상 분석을 했는데 벨기에는 예상했던 선수들이 아니라 뜻밖의 선수들이 출전해 당황했다. 준비가 덜 되지 않았나 싶고 아쉬웠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내 실수로 골을 허용했다. 나 때문에 골을 허용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나로서는 잊고 싶은 순간이었다.”
홍혜지 “수비수라면 누구나 그런 장면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브라질을 이겼는데 벨기에한테 져서 탈락한 게 못내 아쉽다.”
이상민 “벨기에가 정말 잘 하긴 잘 하더라. (: 조별리그 마치고 FIFA와 인터뷰한 소감은?) 나는 사실 쉬다가 얼떨결에 나가 인터뷰했다. 팀원들 모두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모르고 있다가 한국 취재진이 이야기해줘 알았다. 나중에 찾아봤는데 참 뿌듯했다.”
홍혜지 “나도 AFC U-19 챔피언십에서 제 잘못으로 골을 내줬다. 잊고 싶은 장면이다. 일본과의 4강전이었는데 잘 버티다가 막판에 골을 허용했다. 일본 선수의 슈팅이 빗맞았는데 운이 좋아 골이 됐다. 하지만 내 위치선정도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예전에도 나왔던 실수가 또 나와 ‘아직도 이게 안 고쳐졌구나’ 생각이 들었다. 북한과도 마찬가지로 잘하다가 마지막에 골을 먹고 졌다. 차라리 초반에 골을 허용하면 만회할 시간이 있는데 막판에 골을 허용하니까 포기하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포기를 하게 되더라. 그래도 잘한 건 주장으로서 긴장한 아이들을 잘 다독여준 것이다. 내가 다독여준 선수가 나중에 골도 넣고 위협적인 상대 슈팅을 막기도 해서 뿌듯했다.”





홍혜지는 2015년 국가대표팀 데뷔전까지 치렀다.



- 둘 다 주장이었으니 주장으로서 애환을 서로 이야기해보자.
이상민 “경기장 안에서 주장으로서 할 일이 많다. 수비수로서 주위 선수들의 위치를 일일이 확인하고 말해주는데 그런 걸 너무 신경 쓰다가 정작 내 플레이가 안 되는 날도 몇 차례 있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받았다. 운동장 밖에서 힘든 건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코칭스태프 선생님들이 원하는 것에 우리가 못 따라갈 때, 힘든 훈련을 잘 소화하지 못할 때 아이들을 다독이며 끌고 가는 일이 어렵다. 그래도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주장이 체질적으로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감독님이든 시켜주시면 ‘감사합니다’하고 해야 한다. 그만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 주장을 맡긴 것이니 감사한 일이다.”
홍혜지 “여자 U-19 대표팀은 동기뿐만 아니라 언니, 동생들도 많다. 언니들의 경우 함께 어울리는 것도 힘들었다. 후배들의 경우에는 다들 자기 학교에서는 에이스인데 여기는 다 잘 하니까 주눅이 들더라. 그래서 원래 학교에서 하던 대로 플레이하도록 독려했다. 필요할 때는 내가 악당이 되기도 했다. ‘왜 내가 악당이 돼야하나’ 생각도 들지만 희생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하다. 그게 내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상민은 이제 대학에 입학하고 홍혜지는 올해 입학해 대학생활을 1년 했다. 대학 생활의 로망이 있다면?
이상민 “집이 부산이고 고등학교 때도 울산에서 생활해 서울 생활은 처음이다. 서울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가보고 싶다. 최근 외출을 받아서 형들과 놀러나가 볼링도 치고, 영화도 보고, 밥을 먹었다. 막내라 형들이 다 사줘서 좋더라.”
홍혜지 “고려대 유상수 감독님이 공부를 중요시하신다. 부득이한 상황을 빼면 강의를 다 들어야 한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려니 많이 피곤하다. 제 주변 친구들이 죄다 운동선수들 뿐이라 일반인 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아직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 느낀 점은 ‘놀 땐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딴 길로 안 샌다. 쉴 때 잘 쉬고 놀아야 축구할 때 더 열심히 하게 된다.”

- 훈련 시간 이외에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상민 “동계훈련 기간이라 하루 세 번 훈련하는데 운동하고, 자고, 밥 먹고 하면 시간이 다 지나간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데 신곡 위주로 듣는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온 배우 공승연을 좋아한다. 예능 보면서 팬이 됐다.
홍혜지 “나도 대학에 올라오면서 서울 생활을 하게 됐다. 주말에 시간 나면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저는 보고 즐기는 것보다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한다. 맛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은 뒤 그 주변을 돌아다닌다. 일단 고려대 주변 맛집부터 살펴봤다. (: 이상민에게 좋은 곳을 소개해준다면?) 맛있는 곳이 너무 많아서 기억이 잘 안 난다.”

- 내년 계획을 밝혀 달라.
이상민 “고등학교부터 해온 습관을 잘 유지하고, 개인훈련과 팀 훈련을 열심히 해 숭실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프로에 가고 싶다. 이런 큰 상을 받아 부담스럽기도 하다. 더 잘 해야겠다, 성공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슴 한켠에 갖게 됐다. 그리고 안익수 감독님이 이끄는 대표팀에도 들어가고 싶다. U-17 월드컵 때문에 아직 못 가봤는데 열심히 해서 합류하겠다. 자존심이 걸린 일이다. 자신 있다.”
홍혜지 “내년에 실업무대로 진출할지, 아니면 1년을 더 할지는 모르겠다. 올림픽 최종예선과 U-20 월드컵 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대표팀에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속 팀에서 충실히 제 역할을 하고 몸 관리하며 뽑히길 기다리겠다. 오늘 윤덕여 대표팀 감독을 만났는데 몸 관리 잘 하고 있으라고 하시더라. (: 대표팀에 뽑아준다고 하던가?) 그런 얘기는 하지 않으셨다.”

-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 한다면?
홍혜지 “남자는 엄청난 경쟁이 기다리기에 축구를 죽어라 해야 된다. 나중에 다시 높은 자리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어디서든 보면, 언제 볼지 모르겠지만 인사는 하자. 그리고 다치지 말아라. 그게 제일 중요하다.”
이상민 “누나도 목표가 있을 텐데 부상 없이 목표한 것 이상을 이루셨으면 좋겠다.”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1월호 'KFA 시상식'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 = 오명철
사진 = 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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